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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생활 가이드라인

나는 왜 화상회의가 불편한가

명백히 이건 시선의 문제다. 

보통은 만나서 회의를 하게 되면, 내 시선의 자유로움을 보장 받는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정수리를 쳐다 볼수도 있겠고, 그냥 함께 보는 화면을 볼수도 있으며, 아님 뭐 그냥 내 수첩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Image by mohamed Hassan from Pixabay

 

 

그런데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있는 요즘은.. 뭐랄까 시선의 강제(?)를 느낀다. 시선의 자유를 박탈 당한달까..

나의 눈은 이미 화면으로 가 있지만, 평면의 카메라가 담아내는 것들만 볼 수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특히 회사생활을 십수년 한 입장에서는 통제 당하고 있는 '나'의 시선을 참아 낼 수가 없는거다. 시선을 통한 일종의 지배(?)가 익숙해져서 일까. (꼰대라 그럴수도...;)

 

물론 신입사원들, 몇년차 되지 않은 담당들도 불편함을 느끼긴 마찮가질 거다. 그래도 이건 나이든 사람들(꼰대라고 불리는)이 가진 그것과는 본질상 다른 것일거다. 

 

아, 어쩌면... 

또랑또랑 쳐다보고 있는 부하직원들의 눈빛이 싫은걸까. ㅎ 2차원의 화면에서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있는 눈빛들... (어딜 눈을 이리 똑바로 뜨고 쳐다보노...!) 그럴 수도 있겠다. 차라리 카메라를 닫고, 음소거를 해보자, 아니, 다른 뭔가로 치환되면 좋을 수도 있겠다.

 

Image by Alexandra_Koch from Pixabay  

 

심지어 회의전에 어디서 캠을 켜야 할까를 두고 이방 저방을 다니는 내 모습이.. 참으로 ..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한번도 내 책상에서 캠을 켜면 어떤 화면이 나올지는 몰랐으니 말이다. 이 뒷 배경들이 날 프로답지 못하게 보여주는 건 아닐까, 책들을 좀더 빼곡히 꽂아 넣어볼까, 

아... 출근은 언제 하게 되는거지.. ㅜ 이런 고민들은 결코 생산적이지 않은데 말이지.. 물론 최근에 후배의 도움으로 뭔가 합성을 통한 뒷배의 고민을 해결을 봤다. (요즘은 우주 배경이 무척 맘에 듦)

 

그런것도 있겠다, 

보통은 의견을 낼 때, 상대방의 얼굴과 표정을 보며, 이 의견은 좀 먹히겠다, 아님 아, 이건 발리겠네.. 라며 대충 판단을 하는데, 그게 힘들다는 거다. 상황과 맥락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한 정보가 매우 불충분하단 얘기다. 나 같은 중간 관리직은 위, 아래를 동시에 살펴야 하는 조직의 연골 같은 위치에 있기에 그 지점에서 불편함이 발화하는 것 같다. 

하긴 누군가 발언할때는 음소거를 각자 하고 있으니, 이건 뭐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떠드는 느낌이랄까. 마치 노래방에서 에코 꺼진 마이크로 노래하는 느낌적인 느낌.. (노래방도 코로나로 못가본지 참 오래구만)

 

아, 또 이런것도 있다. 

회의실이야, 밑에 직원에게 물어, 위치 확인하고, 한 5분정도 일찍 들어가서 앉아 있음 우선은 기선제압(?)이 가능해지는데, 이건 뭐 링크를 어디로 타고 들어가고, 뭔가를 눌러야 하고, 이 지역 인터넷이 느려터진게 왜 나의 근무 태도와 연결이 되야 하는 건지도 참을 수가 없다. 

(난 분명 10분전부터, 메일안에 링크를 찾아내 수도없이 클릭질을 했는데 말이지...)

 

Image by Klaus Hausmann from Pixabay  

 

정리 하자면, 

1.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시선의 문제

2. 뒷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공간 선정의 고민

3. 상대의 비언어적 반응에 대한 정보 부족

4. 의지와 무관한 접속 성능에 따른 근태 판단의 이슈 (어쩌면 이건 부동산의 이슈일 수도..ㅎ)

 

그러므로, 여전히 나는 화상회의가 불편하다. 

왜냐면, 화상회의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ㅜ 

 

그대들은 어떠한가?